법은 특정 행위를 법적으로 평가·판단하는 규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실 관계가 진정한 권리관계와 어긋나는 경우 사실 관계를 진정한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민법에는 예외적으로 일정한 사실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 그러한 사실 관계를 존중하여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는 제도가 있다. 그 대표적 예로 사실 관계가 진정한 권리관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법상 권리의 발생, 소멸이라는 법률 효과를 일으키는 ‘시효 제도’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이 발주한 공사를 을이 완료한 상황에서 을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고 을이 갑에게 공사 대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시효 제도에 따라 을은 사법상 권리가 소멸하여 갑에게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을의 관점에서 시효 제도는 사실 관계를 진정한 권리관계에 부합하게 유도하는 법의 역할과 맞지 않는 제도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시효 제도를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로 ‘법적 안정성’을 들 수 있다. 일정한 사실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사회 구성원은 그러한 사실 관계를 진정한 권리관계로 인식하게 되고, 이를 기초로 다양한 법률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법질서를 형성하는 단계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단지 사실 관계가 진정한 권리관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후에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와 법질서를 부정하게 된다면, 사회는 혼란해지고 거래 안전 및 법적 안정성은 위협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권리관계와 맞지 않는 사실 관계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 관계가 오래 지속되어 고착화되면 이를 진정한 권리관계로 인정함으로써 법률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의 법익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 철학자의 말이 있듯이, 법률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법이 그 권리 행사를 조력할 필요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증거 보전의 곤란’도 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로 들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그만큼 진정한 권리관계에 관한 증거가 흩어지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높고, 법원은 현재의 사실 관계 외에 진정한 권리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증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단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거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자에게 증명 책임을 지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증거 보전의 곤란을 구제하고 소송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효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민법은 시효 제도로 ‘취득 시효(取得時效)’와 ‘소멸 시효(消滅時效)’를 규정하고 있다. ‘취득 시효’는 어떤 사람이 마치 진정한 권리자인 것 같은 외관을 갖추고 그 권리를 행사하는 사실 관계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경우, 그 사람이 진정한 권리자인지 따져 보지 않고 처음부터 그가 권리자였던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취득 시효가 인정되는 경우 진정한 권리자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민법은 물권인 소유권과 관련하여 일정 기간 물건을 소유의 의사로 진정한 권리자인 양 점유하는 경우 진정한 권리관계와 관계없이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의 경우 민법에서 원칙적으로 ‘등기’라는 공시 방법을 갖춘 경우에만 권리 취득을 인정하는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고, 취득 시효 규정도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민법은 기간의 경과만으로 당연히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취득 시효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인 ‘취득 시효 완성자’가 진정한 권리자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만을 취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소유권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대세적 효력’이 있음에 반하여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권은 채권으로 법적 소유자인 등기 명의자에게만 주장할 수 있는 ‘상대적 효력’만 있다는 점과 관련된다. 물론 취득 시효 완성자의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가 받아들여져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완료되면 취득 시효 완성자는 부동산 소유권을취득할 수 있다. 다만 취득 시효 완성자가 취득 시효 완성 당시의 부동산 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를 하기 전에 부동산 소유권이 제삼자에게 이전되면 원칙적으로 취득 시효 완성으로 제삼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게 된다.
민법이 정하고 있는 또 다른 시효 제도인 ‘소멸 시효’는 진정한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로, 우리 민법은 소유권을 제외한 재산권에 대하여 일정 기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 소멸 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간의 경과만으로 당연히 권리가 소멸하는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소멸 시효 완성으로 권리가 당연히 소멸한다고 보는 ‘절대적 소멸설’과,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고 시효 완성에 의해 생기는 이익인 ‘시효 이익’을 받는 자에게 권리 소멸을 주장할 권리가 생긴다고 보는 ‘상대적 소멸설’이 대립하고 있다. 판례와 지배적 견해는 소멸 시효 완성으로 권리가 당연히 소멸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전자의 경우, 시효 이익을 받는 자가 소송 중 소멸 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아니하면 그 이익은 고려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민법에는 일정한 사실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 그러한 사실 관계를 존중하여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는 ‘시효 제도’가 있다. 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로 ‘법적 안정성’을 들 수 있다. 진정한 권리관계와 맞지 않는 사실 관계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 관계가 오래 지속되어 고착화된다면 이를 진정한 권리관계로 인정함으로써 법률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증거 보전의 곤란’도 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로 들 수 있다. 단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거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자에게 증명 책임을 지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에서 증거 보전의 곤란을 구제하고 소송의 효율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민법은 시효 제도로 ‘취득 시효(取得時效)’와 ‘소멸 시효(消滅時效)’를 규정하고 있다. ‘취득 시효’는 어떤 사람이 마치 진정한 권리자인 것 같은 외관을 갖추고 그 권리를 행사하는 사실 관계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경우, 그 사람이 진정한 권리자인지 따져 보지 않고 처음부터 그가 권리자였던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한편 ‘소멸 시효’는 진정한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