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저 사람은 영혼이 없어.”라는 말은 인간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기에서 영혼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러한 영혼 개념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영혼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영혼 개념은 그 의미에 있어서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서 형성된 영혼 개념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의미의 영혼 개념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영혼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 시대 초기에는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을 뜻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뜻했으며 사실 그 생명 개념조차도 처음에는 지극히 물질적이고 단순한 개념이었다. 물질이라고 하더라도, 예컨대 물, 공기, 불 같은 것들은 손으로 잡을 수가 없는 신비한 것들인데, 영혼은 이런 물질들과 달리 분명한 형태를 가진 감각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는 파트로 클로스가 사르페돈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창에 박힌 심장을 뽑아내는 행위가 영혼을 빼내는 행위라고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영혼 개념은 공기와 같은 신비한 물질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리스 인들은 공기가 생명의 호흡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면서 동시에 모든 물질 중에서 가장 가볍고, 가장 투명하고, 가장 순수하고, 가장 존귀한 물질로 인식하였는데, 영혼 또한 그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 시대에 이르러 영혼에 대한 완전히 다른 개념이 등장한다. 이제 영혼이라고 하는 것은 신비한 물질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물질적인 것과는 범주가 아예 다른 어떤 존재로 파악된다. 소크라테스 시대에 와서야 비로소 피시스(physis)와 노모스(nomos)가 분명하게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스스로를 자연 바깥에 위치시키게 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물질, 신체와 대비되는 영혼, 정신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소크라테스의 관점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현실적으로 아주 속된 존재이며, 피상적인 쾌락을 찾는 존재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진정한 본성이 영혼이라는 것, 그 영혼은 이전의 철학자들이 자연의 세계라는 범주에서 다루었던 존재들과는 전혀 판이한 어떤 대상이 라는 것, 그 영혼을 갈고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더럽히지 않고 고결한 영혼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쳤다.

 

 이처럼 영혼이 자연에 대비되는 개념이 된 것은, 자연 개념이 문화에 대비되는 반쪽으로 전락했음을 뜻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신의 독특한 정신적 잠재력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음을 뜻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초기에 지배적이었던 영혼 개념의 의미가 소크라테스 시대를 거치며 변화된 양상이 가지는 양면적 가치를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플라톤은 영혼을, 배우는 부분인 이성, 격정을 느끼는 부분인 기개, 그리고 온갖 욕구들과 관련된 욕망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중에서 배우는 부분인 이성은 교육과 특히 긴밀한 관계가 있다. 배우는 부분을 올바르게 훈련시켜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과제라고 플라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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