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은 유개념을 그것에 종속하는 종개념으로 나누는 것이고, 분류는 이 구분의 어떤 총계를 의미한다. 이때 어떤 개념의 외연이 다른 개념의 외연보다 클 때, 전자를 유개념이라 하고 후자를 종개념이라고 한다. 유・종개념은 상대적이며, 유개념은 외연이 크지만 내포는 작게 되고 종개념은 그 반대이다. 일반적으로 분류를 할 때각 대상의 본질적 특징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기초를 둔 것은 자연적 분류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인위적 분류라고 한다. 그렇다면 생물의 분류는 어떻게 되는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수는 500만에서 1억에 이른다. 불확실한 것을 제외 하더라도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그 수가 1,000만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생물종은 다양하지만, 알려진 모든 종들 사이에는 유사성이 존재한다. 모든 생물들은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핵산을 포함하는 동일한 기본적 생화학을 가지고 있으며, 원형질막으로 둘러싸인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모든 생물들은 거의 동일한 세포 소기관을 가지고 있다는 유사성이 있다. 이처럼 모든 생물종들이 공유하고 있는 특징에 대해 생물학자들은 ‘생명의 통일성’이라고 말한다. 모든 생물들은 지구상에 약 40억 년 전에 생겨난 공통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존하는 생물종들 사이에 분기가 이루어지고 차이점이 발생하는 것을 진화론에서는 주로 자연 선택의 과정으로 본다. 단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생명의 다양화에 이르는 주요 과정은 자연 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연 선택설에 따르면 생물 개체는 서로 다르며, 이 변이들 중에 일부는 그들의 생존이나 생식의 기회를 증가시킨다. 생존과 생식을 증가시키는 유전 형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우세하게 된다. 반대로 보다 덜 성공적인 변종들은 집단으로부터 마침내 사라지게 된다.
공통 조상은 지구상 생명의 출발점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생물종과 종들의 집단 사이에서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분기는 생명의 가지치기에 비유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생물들은 그들의 기본적 동일성과 상호 관계를 반영하여 생명의 계통수에 배열될 수 있다. 생명의 계통수란 생물이 진화해 온 역사를 생물 무리의 유사한 특성과 차이점을 따져 나뭇가지 모양으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조상으로부터 후손이 유래되는 것을 줄기에서 가지가 갈라진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계통수 작성은 분류군 간 형질 비교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계통수를 그리기 위해서는 먼저 분류 기준 이 될 수 있는 생물의 형질을 조사해야 하며, 형질을 기준으로 형태적 특징을 분류할 때는 가급적 환경, 계절 등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서 관찰하기 쉬운 특징을 사용한다. 먼저 관찰된 모든 분류학적 형질을 이용하여 분류군 간 형질 비교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분류군 간 형질 차이를 측정한다. 분류군 A~C의 형질을 조사하여 비교한 것이다. 분류군 A와 B 사이는 조사된 5개의 형질 중에서 2개의 형질이 다르다. 분류군 간 거리는 차이가 나는 형질을 전체 조사된 형질의 개수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A와 B의 거리는 2/5, 즉 0.4가 되고, A와 C 사이, B와 C 사이의 거리는 각각 4/5로서 0.8이 된다. 이 중 분류군 간 거리 값이 가장 작은 A와 B를 먼저 묶어 준다. 이어서 묶인 A와 B를 하나의 분류군 A-B로 간주하고 거리를 다시 계산한다. 이때 A-B와 C 사이의 거리는 A와 C 사이 거리와 B와 C 사이 거리의 산술 평균값인 0.8이 된다. 이를 토대로 C를 A-B에 묶어 준다. 네 종 이상의 분류군을 대상으로 할 경우 이 단계에서 여러 개의 거리 값이 나오므로 가장 작은 거리 값을 찾아 해당 분류군을 묶어 주면 된다.
계통수의 아래쪽에는 조상 생물이 위치하고 위쪽으로 갈수록 최근에 갈라져 나온 생물이 위치한다. 분류 형질의 차이를 비교하여 분화된 종을 가지로 나누어 표시한다. 분류 형질에 공통점이 많을수록 가까운 종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계통수의 가까운 위치에 놓인다. 계통수에서 분류군 A~C의 공통 조상을, 분류군 B~C의 최근 공통 조상을 나타내며, 분류군 B는 분류군 A보다 더 최근의 공통 조상을 갖는 분류군 C와 유연관계가 더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계통수를 분석하면 생물들 사이에 진화적으로 가까운 정도인 유연관계와 진화 경로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