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 방법’은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의 철학하기 방법이다. 베르그송은 철학의 탐구 대상인 실재의 본질은 지적 개념에 의하여 인식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역동적이고, 생동적이며, 연속적인 존재, 즉 ‘지속’ 혹은 ‘순수 생성’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직관’만이 이 실재의 생생한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베르그송이 말하는 ‘직관’은 ‘지성’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지성은 외부의 대상을 분석적으로, 추상적으로 파악하는 인간의 능력이고, 직관은 우리가 대상 안으로 들어가서 대상을 직접 인식하는 방법이다. 지성은 우리가 대상을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을 갖지만 관찰자에 따라 다른 상대적 지식을 제공해 준다. 지성은 특정한 관점에서 대상을 인식하기 때문에 대상을 그 전체로서 파악하는 데는 실패한다. 또한 지성은 과학적 추론에는 적합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분석적 작업이기 때문에 대상의 본질을 역동적이고 생동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실패한다. 반면에 직관은 대상 안으로 파고 들어가 대상과 하나가 되는 방법이다. 직관은 사물의 내부에 깊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그렇게 얻은 인식은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오직 ‘직관’만이 끊임없이 흐르는 세계의 본질인 ‘지속’을 파악해 낼 수 있다. 베르그송은 직관을 일종의 ‘지적 공감’이라 부른다.
그가 고대 여러 철학들을 비판하는 것도 그들이 지속, 또는 순수 생성을 심각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이다. 베르그송의 철학은 이전까지 내려오던 사변적 철학이나 과학적 실증주의 철학에 종지부를 찍고, 이 우주의 모든 것, 그리고 인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성’ 그 자체임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베르그송은 진화에 대한 신다윈주의자들의 기계론적 주장을 반박 하였다. 생명체가 공동 조상에서 출발하여 각기 다르게 진화해 온 결과라는 다윈의 주장을 계승한 신다윈주의자들은 다윈의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 현재의 생명체가 공동 조상에서 시작하여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어 나왔으며, 변이와 자연 선택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진화해 왔다고 주장하였다. 즉, 변화가 아주 조금씩 일어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베르그송은 진화 과정 전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형태를 발생시키는 ‘어떤 힘’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저서 《창조적 진화》에서 진화가 신다윈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일어난다고 하였다. 즉, 공동 조상에서 시작하여 지금처럼 무수히 많은 가지가 뻗어 나온 것은 ‘폭발’이라고 밖에 주장할 수 없으며, 물질과 달리 생명에는 내재하는 폭발적인 힘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진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한 베르그송은 생명 진화의 근원에는 ‘알랭비탈’이라는 힘이 있고 이것이 진화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보았다.
‘알랭비탈’이란 생명에 내재하는 폭발적인 힘을 의미한다. 이 힘 때문에 마치 포탄에서 화약이 폭발할 때 순식간에 무수히 많은 파편들이 튀는 것과 같이 개체들이 가지를 뻗어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폭발의 원인을 ‘생명의 힘’과 ‘물질의 저항’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화약이 포탄의 외부를 둘러싼 탄피를 뚫고 자유롭게 밖으로 뻗어 나가려는 성질과 같은 것이 바로 생명의 성질이고, 탄피가 화약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힘과 같은 것이 바로 물질의 성질인 것이다. 이때 생명은 밖으로 나가려는 자유를, 물질은 그 자유를 가두려는 저항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폭발’은 언제 일어나는가? 베르그송은 자유를 원하는 생명의 힘이 물질의 저항을 넘어서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면서 무수한 개체로 나누어지는 진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또한 베르그송은 생명의 진화는 방향이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진화의 본질은 우연성과 불확실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생명과 물질의 본성이 서로 갈등하고 투쟁한 결과 진화의 방향이 정해진다고 본 것이다. 그는 진화를 ‘잠재성의 현실화’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는 생명에 내재한 잠재성이 무수한 요소들과 상호 침투하면서 그 전과는 다른 창조를 이루어낸다는 뜻이다. 즉,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생명은 자유를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고 그 과정에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 안에 있는 알랭비탈이 가진 잠재성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진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는 베르그송의 주장에도 직관적 방법으로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자한 시도가 담겨 있다. 또한 생명 진화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인간의 잠재성을 중시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과학적 실험을 통해 증명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가설적으로 진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