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에서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를 4덕(德)이라 하는데, 이 중 유교의 핵심 개념이자 중심 덕목은 인(仁)이다. 맹자는 동정과 사랑의 감정은 인의 단초이며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측은지심을 우리에게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일관되게 확대하고자 노력할 때 얻어지는 결과가 인이라고 했다. 측은지심이 도덕의 잠재적 씨앗이라면 인은 측은지심이 성숙하여 얻어진 온전한 덕목이라 본 것이다.

 

 의(義)는 일반적으로 옳음으로 해석된다. 인이 도덕의 원천이요 기원이라 한다면 의는 도덕 판단으로서 행위자로 하여금 도덕적 실천으로 인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덕목으로서 의는 본질적으로 도덕 판단을 내리는 것을 함축하는 까닭에 의는 적절함 혹은 적합함이라고도 한다. 주희는 맹자를 해석하면서 ‘의는 인에 대한 판단’이라며 ‘특수 상황에서 적절한 도덕 판단을 내리는 능력’으로 해석했다.

 

 예(禮)는 원래 제물 혹은 관행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시대와 더불어 하나의 덕목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모든 규칙, 법규, 형식, 관습, 의례 등을 총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맹자는 예가 인, 의와 맺는 관계에 주목하였다. 그는 예의 중심적 성격은 인에 대해 적합한 형식을 제시하는 것이라 했다. 또한 의는 본질적으로 인에 대한 판단을 내포하는 데 비해, 예는 그렇게 확립된 판단들에 대한 정당화된 규칙과 예절들을 의미한다.

 

 지(智)는 지혜나 지식 혹은 도덕의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는 시비지심(是非之心)에서 발현된 덕목으로서 그에 의거해서 인과 의를 인식하고 파악함을 뜻한다. 주희에 따르면 지는 인에 의거해서 도덕적으로 분별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지와 의는 모두 도덕적 분별과 판단을 내포하며 양자 모두 옳은 것에 대한 인지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행위해야 한다는 적극적 의무감을 내포한다. 그러면 지와 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의는 행위 주체가 당면하고 있는 구체적 상황과 관련되지만 지는 행위 주체가 대면하지 않은 상황까지도 평가함을 의미한다. 즉, 의가 본질적으로 인에 의해 주어지는 도덕 판단이라면 지는 그러한 판단의 진리 가치를 확인하는 것과 관련되는 인지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유교 윤리의 기본이 인이긴 하나 인은 공동체적 유대를 강하게 갖는 소규모 마을 공동체에 적합한 규범이라 할 수 있다. 사회가 보다 복잡화·다원화되는 과정에서 현실 도덕의 무게 중심이 인에서 의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가 더 발전하면서 의와 같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원칙이나 판단은 행위 지침으로서 불확실성과 미결정성을 보이게 되어 시소(時所)에 보다 적절한 명시적이고 구체적이며 세목에 걸친 규칙 체계로서 예와 같은 규범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인으로부터 의로, 의로부터 예로 사상의 중심이 변한 것은 개인 도덕으로부터 사회 도덕, 주관적 윤리로부터 객관적 윤리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윤리 도덕의 사회화, 객관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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