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은 속도의 크기가 클수록 움직이는 관성만으로 태양의 중력을 뿌리치고 태양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 공을 위로 던질 때 공의 속도의 크기가 클수록 지구의 중력을 뿌리치고 더 높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우주선의 속도의 크기가 충분히 크면 태양의 중력을 완전히 뿌리치고 태양계를 벗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태양의 중력을 완전히 뿌리칠 수 있는 최소한의 속도의 크기를 태양 중력 탈출 속도라고 부른다. 태양 중력 탈출 속도는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다르다. 태양에서 지구만큼 떨어진 거리에서는 초속 약 42.1km이면 태양의 중력을 뿌리칠 수 있다. 지구의 공전 속도보다 약 1.414(≒12 )배 더 큰 속도이다. 태양에서 1억 5천만 km 떨어진 지구에서 공을 태양 반대 방향으로 초속 42.1km로 던지면, 그 공은 움직이는 관성만으로 태양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 아주 멀리 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선은 이미 지구 공전 속도를 덤으로 얻고 가기 때문에, 태양계를 벗어나기 위해 로켓 추진으로 가속할 속도의 크기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이 태양 중력 탈출 속도와 공전 속도의 차이인 초속 12.3km(초속 42.1km에서 초속 29.8km를 뺀 것)만으로는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지구 중력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실제 지구 표면에서 발사하는 우주선의 탈출 속도는 이보다 커야 한다. 몇 가지 물리 법칙과 원리를 이용하여 계산하면, 우주선의 초기 속도의 크기가 초속 16.7km이면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속도의 크기를 제3 우주 속도라고 부른다. 그런데 제3 우주 속도는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선이 태양계를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의 크기이기 때문에, 이 속력으로 출발해서 태양계의 외곽이나 그 너머의 아주 먼 곳에 가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더 큰 속도의 크기가 필요하다.

 

 우주선의 속도의 크기를 크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추진체가 필요한데, 이는 우주선의 무게를 무겁게 하여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그런데 우주선 항행 중에 추진체를 쓰지 않고도 우주선의 속도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마술 같은 방법이 있다. 공전하는 행성 근처를 지나가면서 속도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스윙바이’, ‘슬링샷’, ‘ 중력 도움’ 등으로 불린다. 수백 kg 이상의 장비를 지닌 우주선을 로켓 추진만으로 토성 또는 그보다 멀리 있는 천체에 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행성에 접근해 지나가는 스윙바이 항법을 사용한다면 우주선은 태양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고도 남을 만큼의 속력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한편 태양이나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을 탐사할 때는 오히려 우주선의 빠른 속력이 문제가 된다. 방향 전환이나 감속을 해야하는데 우주선의 빠른 속력 때문에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 탐사선 ‘파커’와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는 이 문제를 스윙바이 항법으로 해결한다. 때로는 우주선의 속력을 높이거나 줄이고, 방향을 바꾸는 데 사용하는 스윙바이 항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는 스윙바이 항법을 시행할 때 우주선은 행성에 다가갔다 멀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행성의 중력은 우주선이 방향 전환을 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행성의 중력에 이끌린 우주선이 행성 주위를 감아 돌고 빠져나오면서 적절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주선이 스윙바이 항법을 통해 어떻게 속력을 높이거나 줄일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는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비록 ‘스윙바이 항법’ 이라는 용어에는 행성의 공전이라는 내용이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스윙바이 항법으로 우주선의 속력을 높이거나 줄이는 데 행성의 공전 궤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우주선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살펴야 한다. 먼저 행성의 위치에서 보는 우주선의 속도를 따져 보자. 우주선이 행성에 다가갈 때나 멀어질 때나 행성에서 떨어진 거리만 같다면 우주선 속도의 크기는 같다. 이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적용해서 이해할 수 있다. 행성에서 떨어진 거리가 같으면 위치 에너지가 같다.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더한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되어야 하므로 운동 에너지가 같아야 한다. 결국 다가가고 멀어질 때 속도의 크기는 같고, 방향만 달라지는 것이다.

 

 반면 태양의 위치에서 보는 우주선의 속도는, 행성에서 보는 우주선의 속도에 행성의 공전 속도가 더해진 속도이다. 만약에 우주선이 행성의 공전 궤도 방향으로 멀어진다면 우주선의 속도 크기에 행성의 공전 속도의 크기를 더해 주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주선이 움직이는 방향이 행성의 공전 궤도 방향과 같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속도 크기만 더하는 것이 아닌 방향까지 따지는 방식으로 속도를 계산한다. 우주선이 멀어지는 방향이 행성이 공전하는 방향과 유사할수록 스윙바이를 통한 속도의 크기 증가의 효과는 커진다.

 

 태양의 중력 때문에 행성이 공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스윙바이 항법으로 우주선의 속력을 높이거나 줄이는 것은 태양 중력에 의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태양의 중력은 우주선을 끌어당겨 우주선이 멀리 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행성을 공전하게 하고 이를 통해 우주선의 속도를 변화시켜 우주선이 태양 중력으로부터 탈출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는 양면성이 있는 셈이다.

 

 먼저 태양의 중력을 뿌리치고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는 속도의 크기인 태양 중력 탈출 속도를 지구 공전 속도와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속도만으로 태양계 너머의 먼 곳에 가기 위해서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지적하면서, 추진체를 쓰지 않고서도 속도의 크기를 증가시킬 수 있는 스윙바이 항법을 소개하고 있다. 스윙바이 항법은 행성에 접근하여 행성의 공전 속도를 얻음으로써 속도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우주선의 운동 방향도 바꿀 수 있고, 행성의 공전 궤도와 반대로 멀어지면 속도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행성에서 우주선을 보면 다가가고 멀어질 때의 우주선의 속도는 행성에서 떨어진 거리만 같으면 속도의 크기도 같다. 그러나 태양의 위치에서 우주선을 보면 우주선이 행성의 공전 궤도 방향으로 멀어지는 경우, 우주선의 속도에 행성의 공전 속도가 더해진 속도로 관측된다. 이처럼 태양의 중력은 우주선을 끌어당겨 멀리 가는 것을 어렵게 하기도 하지만, 행성의 공전 속도를 이용하는 스윙바이 항법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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